현실에서는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는 패션 아이템들을 메타버스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보니 일종의 ‘대리 만족’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주요 유저들이 10~20대와 MZ세대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어 더욱 만족도가 높다. 패션 기업 입장에서도 브랜드 홍보 효과는 물론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마케팅 효과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는 추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비롯해 각종 게임들과 패션 브랜드 기업 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제페토는 올 초 출시했던 구찌 아이템들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메이크업 콜렉션을 출시했다. 메타버스 내 유료 재화로 선보인 것으로 ‘젬(zem)’ 5개면 살 수 있다. 현금으로 500 원 정도의 가치다. 이용자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바타에 적용하면 입술, 눈 등에 화장이 입혀지고 볼에는 디오르 문양이 새겨진다. 현실에서 디올 브랜드 화장품은 보통 5만~10만 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기본적인 세트를 갖추기 위해 립스틱,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등을 모두 사면 수 십만 원이 든다. 하지만 제페토에서는 500원만 쓰면 풀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가 잇달아 메타버스 플랫폼과 손잡고 가상세계에 진출하는 것은 아이템 판매 수익 보다 잠재 고객인 젊은 층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현실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온라인 명품 판매액은 580억 달러(약 64조 원)로 전년(390억 달러)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오는 2025년까지는 시장 규모가 1,056억 달러(약 11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유통 채널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명품 업계 입장에서는 10~20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아예 명품 브랜드가 자체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구찌는 지난 2019년 구찌 앱에 ‘구찌아케이드’라는 게임 기능을 도입했다. 에르메스·디올도 스마트폰 게임을 선보였고, 샤넬은 팝업스토어에 게임기를 선보였다. 발렌시아가는 2021년 가을·겨울(F/W) 컬렉션을 게임 형식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e스포츠와 협업도 활발하다. 루이비통은 2020년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대회 트로피 케이스를 제작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해 1시간만에 매진 시켰다. BMW는 e스포츠 구단 T1과, 맥라렌은 국내 e스포츠단 DRX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당장의 수익을 떠나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기술과 협업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고객들에게 젊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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